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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에서 발견한 천연항균 펩타이드
슈퍼박테리아를 잡는 차세대 항생제

. 편집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황일선 박사는 내성균 슈퍼박테리아를 억제할 수 있는 천연 항(진)균 펩타이드를 키토산으로 캡슐화한 나노입자를 개발하고, 국내외 특허 출원과 함께 국제 전문학술지인 ‘분자과학 국제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IF 6.208)’에 게재됨으로써 독자 기술개발의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하는데요.

당사자인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황일선 박사님을 만나 천연 항균 펩타이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항균펩타이드 처리

황일선 박사님이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담당하는 업무와 성과를 소개하여 주세요.
저는 2016년에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입사한 이래 유전자원실에서 근무 중이며,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 지원사업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고유사업으로 ‘해양산업 소재 개발 및 해양생물 유래 활용소재 발굴’을 위한 연구 개발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6개년의 짧은 기간 내에 국내외 기술 특허 출원 및 등록 16건, 해양분야 상위 5% 이내의 국제 전문학술지에 10건의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항균 펩타이드”라는 단어가 일반인에겐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데요. 어떠한 물질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항균 펩타이드”는 모든 생물체가 지닌 고유 선천성 면역의 일종으로 50개 미만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작은 크기의 펩타이드입니다. 생체친화적이고 부작용은 적으면서 기존 항생제에 비해 항균력이 뛰어나고 내성이 거의 없어 슈퍼박테리아에도 강한 효능을 나타내어 차세대 항생제 대체제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또한, 항균 펩타이드는 다른 작용기작을 가지는 항생제와의 면역 증대 또는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으므로 다제내성균과 관련된 복합적인 질병 치료를 위한 새로운 다기능 치료 후보물질로 의·약학 분야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참고로 ”슈퍼박테리아“는 병원성 항생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과다하게 사용할 때 내성력이 강해져 어떤 강력한 항생제에도 저항하는 박테리아가 생겨나는데 이를 슈퍼박테리아라고 합니다.

항균펩타이드의 내성균 막 형태 변형 효능
항균펩타이드의 내성균 막 형태 변형 효능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특허출원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병원시설 및 의학장비 표면에서 다제내성을 가진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Acinetobacer baumannii)*에 대한 천연 항균 펩타이드를 지난해 개발하여 작년에 특허등록과 미국특허 출원을 마친 후 국제 유수 의약회지 ‘분자과학 국제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IF 6.208)과 파마슈티컬즈’(Phamaceuticals, IF 5.215)과 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에는 “다제내성균에 대한 항균 및 항 바이오필름 활성을 가지는 소재 기반 나노약물전달시스템 개발”을 국내 특허출원하고, 국제전문학술지 ‘항생제(Antibiotics, IF 5.222)’에 게재함으로써 독자 기술개발의 지위를 재차 인정받는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Acinetobacter baumannii): 카바페넴계,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플루로퀴놀론계에 내성을 보이는 균으로 병원 감염 원인균 중 하나이다. 폐렴, 혈류감염, 만성 폐 질환자, 당뇨병 환자 등 사람 간 접촉, 오염 표면 또는 환경에 노출되었던 균이 인체 내로 유입되면서 감염된다. 

항균 펩타이드를 개발하고 특허출원을 한 것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오늘날의 환경은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은 새로운 천연 항생물질을 찾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지만, 현실은 기존 항생물질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구조를 가진 물질만 발견되었습니다. 아직 슈퍼박테리아에 대응하는 항생물질은 개발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지역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인 낙지의 유전자로부터 다제내성균* 예방과 치료용 항균 물질을 발굴하고 나노약물전달시스템을 개발했다는 점은 바야흐로 자국의 유전자원 보호와 이익에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다제내성균: 카바페넴계,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플로로퀴놀론계 등 3개 항생제에서 내성을 나타내는 제4급 법정 감염증

항균 펩타이드의 연구를 하게 된 주된 이유가 있을까요?
서해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갯벌에서 사는 낙지는 5억 년 전 지구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최초의 원시 지능 동물이며, 이후 꾸준히 진화를 거듭해 오면서 주변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유전자를 복제해 왔습니다.
아직도 인공양식이 불가능한 낙지는 충남지역의 생산량의 경우 2004년(1741톤) 대비 2021년에는 약 70%인 552톤으로 감소하고, 전국 낙지 생산량은 30%가 감소하고 있어 산란․ 서식장 조성연구도 다급한 상황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낙지의 생태, 질병에 대한 관련 연구는 물론 해양연구나 유전자 연구에 척박한 현실은 세계가 자국우선주의로 전환되는 시점에서는 더더욱 절실하다고 봅니다.
낙지가 환경적 위해요소 속에서도 건강함과 끈끈함, 미끄러움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의문을 제기해 왔고 진화 초기부터 지녀왔던 생체 내 선천적 면역시스템 작용이 강할 것이라는 의문과 함께 낙지 자체의 생체방어능력을 연구하면 다기능 치료제로서 응용할 가치가 높으리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천연 항균 펩타이드를 만들기 위해서 수만 마리의 낙지가 필요한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매번 낙지의 유용성분을 추출하기 위해 수만 마리의 낙지를 희생시켜 가면서 추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낙지가 지니고 있는 모든 유전 정보를 알게 되고 그 정보 중에서 특이한 생명 현상에 관여하는 유전자, 단백질에 대한 서열을 이용하여 합성 후 다양한 고부가가치 바이오 소재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유전체(genome):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를 합성한 단어로서 생명체를 구성하는 모든 생명현상을 조절하는 유전 물질(혹은 정보)을 통합해서 부르는 단어

이번에 개발한 천연 항생물질의 나노약물 전달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앞서 낙지 유래 신규 항균 펩타이드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차세대 항생제 또는 항생제 대체제로서의 높은 활용 가능성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항균 펩타이드는 신속한 작용기전, 기존 항생제 내성균에 작용, 광범위한 항균 스펙트럼, 항 내독성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항생제 대체 물질로써 개발에 적합함에도 한계성이 있어 실제로 제품화하기에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인생도 그러하지만 연구도 어느 한 단계가 마치면 그 다음 단계가 산처럼 놓여있지요.
항균 펩타이드 자체로는 ‘생체이용률’로 체내로 들어가 표적에 도달해 항균효과를 나타내기 전에 분해돼 충분한 생리효과를 나타내지 못 합니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항균 펩타이드와 생분해 천연고분자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모색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작년에 특허 등록된 천연 항균펩타이드의 안전성 및 항균 활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고 드디어 항균 펩타이드를 첨단 제형기술인 키토산으로 나노 캡슐화하는 기술을 접목시켰습니다.
이러한 나노 캡슐 약물전달시스템은 약물의 개선된 효과와 독성의 감소뿐 아니라 약물의 급속한 분해 혹은 대사를 막고 표적조직에 약물 농도를 증가시켜, 투여 약물의 양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아주 유익한 기술입니다.

박사님이 개발하신 펩타이드 의약품의 주요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첫 번째, 자연 면역체계로 순수하게 지니고 있는 1차 방어물질이므로 내성이 없으며
두 번째, 혈액, 인간 세포, 실험동물모델에서 독성이 없는 신규 생리활성이라는 장점이 있고
세 번째, 강력한 항균, 항진균을 지녀 무방부제로 인한 변질할 염려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노약물전달시스템 기술을 접목하여 필요한 양의 약물을 원하는 표적에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잇는 제형으로 설계되어 약물치료를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향후 의약품뿐만 아니라 또 다른 용도로 활용할 가치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짧은 연구기간 심도있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연구 성과들이 다양한 용도로 실제 산업화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개발한 기술이 상처 지유와 재생 및 면역조절에도 뛰어난 효능이 있음을 최근에 확인함으로써 현재에는 경제성을 높이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으며 목적 지향적인 적용 분야를 정해 연구를 심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는 식‧의약 및 농‧축‧수산분야에 확대 적용하여 친환경 바이오산업의 성장에 견인 역할을 기대해 봅니다.

친환경 천연 항균 연구에 있어 앞으로의 견해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점차 사라져 가는 갯벌과 함께 낙지의 종 보존은 물론, 화학적 접근에서 친환경적 천연물질로 대처해야하는 시발점의 당위성을 마련했다고 봅니다. 저희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앞으로도 해양생명자원에 생명공학기술을 적용해 해양바이오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열심히 연구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황일선 박사

황일선 박사

프로필(Profile)

–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 지원사업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고유사업으로 국내외 특허 출원/등록(16건)
– 해양분야 상위 5% 이내 논문 포함 국제전문 학술지에 연구내용 및 성과 등을 발표10건)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차년도에 걸쳐 차세대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을 위한 멘토링 사업(WISET)의 대표멘토(Green Growth팀)로 활동 중이며, 멘티 4명을 공기업 및 국제기구에 취업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