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탑 내부
MARINE
Special Theme
바다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육지면적의 4.5배에 달하는 해양관할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양생물자원이 풍부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해양산업 활동과 해양생물자원의 가치에 대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을 뿐 바다가 우리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어떤 혜택을 제공하는지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4년 9월 열린해양정책심의회에서 「21세기 해양 청사진」 이라는 보고서가 발간되어 바다의 무궁무진한 가치를 고찰하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미국은 본질적으로 바다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고 바다에 의존하는 국가이며, 국민은 어디에 살아도 바다에 영향을 주고, 바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기술되어 있다. 특히 미국의 해양, 연안 및 오대호는 미국 경제에 엄청난 가치를 제공하며 미국의 번영에 이바지하였다. 2000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이루어진 해양관련 활동으로 17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했고, 200만명 이상의 고용창출이 이루어졌으며, 또한 여기에 연안활동까지 포함하면 그 파급효과는 미국의 연간 GDP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1조 달러에 이르고, 연안유역 전체로는 4조 5000억 달러(GDP의 절반)에 달하며, 약 6000만명의 고용창출효과까지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해양생물자원은 수산 및 양식산업 등 1차 산업에만 국한되었으나 육상 자원의 고갈, 환경오염 및 기후 변화 등의 문제로 인하여 기존 육상생물자원을 대체할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부상하였다. 특히 바이오산업은 최근 해양 생명공학기술의 발전으로 식품, 제약뿐만 아니라 에너지, 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어 해양생물자원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면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양생물자원의 다양성 및 특성과 이들의 생태환경 특이성을 잘 이해하여 기존의 생명공학 산업과 차별화된 분야로 전략적인 육성이 이루어진다면, 가까운 미래에 해양 바이오산업은 식량문제, 환경오염 및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다는 바닷물의 물리적 성질(수소결합)로 인해 낮과 밤의 온도 차를 줄여주어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생명의 필수인 물의 공급원이다. 또한 예부터 해양 생물은 인류의 식량으로 보급되었다.
바다에서 볼 수 있는 해양생물의 다양성은 진화 과정도 하나의 요인이 되겠지만 바다 환경의 다양성에서 기인한다. 바다는 평균 압력이 380기압으로, 바다에 서식하는 생물은 독특한 고압에 견딜 수 있는 생체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해수의 평균 온도는 1~4°C 로써 호냉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제공하며, 300°C 이상의 고온수를 분출하는 열수분출공 주변에도 미생물뿐만 아니라 조개, 새우, 말미잘 같은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이들은 300°C 넘는 온도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더욱 놀라운 것은 지각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심해에는 광합성이 일어날 수 없는데도 살아가고 있는 생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암흑세계인 심해에 광합성과 무관한 먹이 사슬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외에도, 바다는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신비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가? 인간보다 정신세계가 미천하다고 치부하는 연어나 뱀장어가 보여주는 경이로운 회귀 본능의 초능력, 손발이 없는 패류가 단순한 무기 재료를 이용하여 자기 몸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집(패각)을 짓는 기술, 이물질이 몸에 침입하면 스스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되는 진주 물질, 영하 50°C 이하에서도 살아가는 물고기, 홍합처럼 바위에 붙어 생존하기 위해 접착 물질을 분비하여 물속에서 접착하는 기술, 카멜레온처럼 피부색을 주변 색과 같게 변화시키는 위장술의 달인 해마 등 헤아릴 수가 없다. 이들 모두 인간이 구현해낼 수 없는 기술이다. 이런 신비로운 바다로부터 인류는 과연 어떤 혜택을 받고 있을까?

바다의 특수한 환경으로 인해 해양 생물은 육상 생물이 만들 수 없는 특수한 기능성 물질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해양생물의 독특한 성분(분자구조)을 잘 활용하여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기능성 소재나 의약품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해조류나 미세조류가 갖고 있는 바이오매스(biomass, 생물이 태양에너지를 축적한 것)로부터 에탄올, 메탄, 바이오디젤, 수소 등 바이오에너지가 개발되고 있다(아래 그림1 참조).

그림 1
지구 대기 열의 원천은 태양에너지로부터 복사되는 에너지이다. 태양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에너지 중 일부는 대기와 지표에서 반사되어 나가고, 다른 일부는 에너지 중 대기권에 흡수, 그 나머지가 지표에 도달하여 지표를 데운다. 이때 지표는 태양에너지를 흡수하여 다시 복사 에너지로 방출하는데, 이렇게 방출된 에너지를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기체들이 흡수하여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다.

이러한 온실가스의 대부분인 88.6%를 구성하고 있는 기체가 이산화탄소다. 지난 100년간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양은 약 30% 정도 증가하였으며 특히 산업발전이 가속화된 최근 40여년 동안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2014년 글로벌 탄소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대기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약 25%를 바다가 흡수했다고 한다. 바다는 이렇게 매년 약 100억톤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기후변화를 조절하면서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를 해소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바닷물의 이산화탄소 흡수 외에 미세조류나 해조류의 광합성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흡수도 대단히 중요하다. 미세조류 중에는 석회질의 껍질을 가진 원석 조류도 있다. 석회질은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석회질은 바다 밑으로 침전되어 탄산칼슘으로 쌓이게 된다. 현재 바다 속에 있는 석회암은 이러한 과정으로 형성된 것이다.
만일 바다에 미세조류나 해조류가 없다면 해수와 이산화탄소의 관계는 물리적인 인자에만 좌우되기 때문에 해수 중의 이산화탄소는 더 이상 바닷속에 고정되지 않고 해수면 밖으로 방출되어 지금보다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에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대기오염으로 인해 미세조류나 해조류가 살아갈 수 없게 되면 대기중에 이산화탄소의 양은 더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2009년 네이처(Nature)지에 기재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이 해수온도 상승과 과도한 이산화탄소 유입에 따른 해양 산성화로 인해 육지에 비해 더욱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즉,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환경 자정능력이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여주는 동안 바닷속 생태계는 계속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사회는 이제 자연의 자정정화능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지구 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여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일부는 실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때가 너무 늦어 바다환경에서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이다. 바다환경을 정상상태로 되돌리지 못한다면 지구온난화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해양에 서식하고 있는 해조류, 미세조류, 패류 등은 이미 대기중에 방출되어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기에, 이들이 바다에서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연료 개발이 필요한데, 대체에너지의 생산을 위해서는 해조류 및 미세조류의 연속적인 대량생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해조류 및 미세조류의 조직배양, 세포융합, 유전자 조작 등을 통해 해조류의 유전적 특성을 개량하여 성장이 빠르고, 에너지원이 많이 함유된 품종으로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양생명공학기술의 발전과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한 예로서 미세조류의 활용을 살펴보면 미세조류는 다른 식물에 비해 증식속도가 매우 빠르고 또 한 개의 세포 안에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 등의 영양소가 고루 분포되어 있어 영양 균형이 뛰어난 식품 뿐만 아니라 연료, 생리활성물질,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적 원료로 사용될 수 있다(그림2 참조)

그림 2
4차 산업혁명으로 수중 로봇, 수중 잠수선, 드론, 무인 자동화 원료 채취선 등의 개발로 바다에서도 스마트 농장처럼 자동화 시스템이 갖추어져 해양생물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해양생물 자원은 기존 생물산업과 석유에 기반한 화학공업을 대체할 수 있는 매우 고부가가치의 필수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세권 교수
프로필(Profile)
-전 부경대 화학과 교수, 연구특임교수
-전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
-전 한양대 석좌교수
-현 한양대 대우교수
<수상 내역>
-스위스 Marine Drug 학술지로부터 최우수논문상(2020)
-이란 정부가 수여한 제33회 Khwarizimi 국제과학상(2020)
-대한민국 학술원으로부터 학술원상(2015)
-한국과학기술한림원으로부터 목은생명과학상(2012)
-산학협동재단으로부터 산학협동대상(2003), 미국 유화학회로부터 최우수논문상(2002)
-2014년부터 4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과학자(Thomson Reuters)로 선정
<출간 도서>
-세계 첫 “해양생명공학” 대학 교재 ‘Essential of marine biotechnology, Springer 2019’,
-해양생명공학 백과사전 ‘Encyclopedia of marine biotechnology, Vol 1~5, Wiley 2020’ 등